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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묻어둔 이야기

2012.08.1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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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해드릴 이야기는 10여년 전... 20살 때 시작된 이야기입니다저에겐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가슴 한 구석에 멍이 든 것처럼.. 가끔씩 떠올리면 명치가 아픈.. 어쩌면 아직도... 아픈 이야기입니다. 

 

20살 때

조별과제를 하다가

같은 과 남자아이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저는 공대생이었고,

남학생들이 참 많은 곳이었지요.

 

그 당시에 저는 대학교 친구들 보다

국민학교때 친구 진이란 아이와

중학교 친구 선이란 아이와 더 친하게 지냈어요.

그리고 진이와 선이는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아이들이구요.

셋이 다같이 학교를 다닌 적은 없지만,

이렇게 셋이 참 친하게 지냈었어요.

 

진이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진학 대신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었고,

선이는 저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진학했어요.

그래도 사는 곳이 서로 멀지 않아 자주 만났습니다.

 

전 선이와 진이에게 

조별과제를 하다가 좋아하게 된 

그 아이 이야기를 하였고,

친구들은 곧 진이의 생일이 다가오니 데리고 오라,

잘 되게 밀어주겠다고 했어요.

 

전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학교에서의 생활을 통해 짐작해 보건데

그 아이도 절 싫어하진 않은 것 같았구요.

 

친구 생일이 있으니 같이 가자고 했고,

그 아인 흔쾌히 승낙을 해주었습니다.

정말 재밌게 놀았어요.

선이와 진이도 그 아이와 친해졌구요.

 

그리고 그 아이는 그날,

절 집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전 그렇게 제 사랑이 시작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요..

그 날은요...

진이의 생일은요..

그 아이와 진이가 눈 맞은 날이었더군요.

 

전 바보처럼 그 아이에 대한 마음을

혼자서 열심히 키우고 있었고,

한달쯤 지난 어느날,

제가 좋다던 다른 남자아이가

그들의 교제를 알려주어 알게 된 것이었습니다. 

 

전 진이나 그 아이를 만나,

어찌된 일이냐는 둥 물어볼 용기 없었어요. 

그냥 모른척하고 있었습니다.

맞다.”는 대답을 들을 자신이 없었어요.

 

제가 선이와 둘이 있는데,

진이가 그 아이 손을 잡고 걸어오더군요.

듣기만 했을 땐 그 정도는 아니였는데...

눈으로 보니까 참 가슴 아팠어요.

 

그런데요...

선이를 보니

선이는 저 아이들이 사귀는 걸

벌써 알고 있던 눈치였구요.

 

진이에겐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선이를 붙들고 막 울었어요.

너무나 원망스러웠어요.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냐.

나만 빼놓고 너희들끼리 나 바보 만드니 좋았냐.”

꺽꺽 거리면서 울었어요.

 

선이는 가 상처 받을 것이 걱정되었다했고,

진이에게도 잔소리할 만큼 했고,

그녀 역시 소중한 친구고,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아

어서 정리를 하라고 이야기 했다고 했어요.

 

진이는,

그 아이와 제가 사귀는 사이도 아니었고,

정리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버티는 중이었는데,

그 사이에 제가 알게 된 것이었지요.

 

그런데.. 진이는요...

15살 때부터 아팠어요. 

오래 살지 못할 것이란 것도

본인과 주변사람들 모두 알고 있는 상황이었구요.

그래서인지...

조금 막 나간다 싶을 때도 있었지만,

선이와 제가 양보를 많이 하며,

우정을 잘 지켜왔습니다.

음식을 먹으러 가든놀러를 가든...

 

그런데 남자친구까지 양보를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 오래 살지 못한다는 제 친구...

이렇게 잃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왕이면 이 세상에서...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가게 해주고 싶었어요.

선이도 제가 진이에게 그래주길 바랬구요.

그 아이도 진이가 아픈 걸 알고 있었지요. 

 

그 당시 제 느낌은,

제가 진이를 내치면선이도그 아이도,

모두 다 잃게 될 것 같아 두렵기도 했어요. 

... 혼자가 되는 건 더 싫었습니다.

 

그래서 싫어도...

상처 받았어도..

그들 모두와 인연을 유지했어요.

 

하지만어린날의 연애가 그러하듯..

진이와 그 아이도 얼마 가지 못하고 헤어졌지요.

 

그리고 그후 10..

그동안 진이는 의지할 곳을 찾아

이 남자 저 남자를 끊임없이 만났지요.

전 그걸 10년 동안 다 지켜봐주었구요. 

 

선이는,

진이가 너무 막 사는 것 같아서 충고를 했는데,

그것이 감정싸움이 되어 인연을 끊게 되었구요.

 

전 그러지 못했어요.

이꼴 저꼴 다 본 저라서 더욱

끝까지 책임질 친구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같아요.

저는 선이와도 전과 다름없이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리고 재작년 이 맘때.

진이가 결국 하늘나라로 떠나갔어요.

 

절교는 했다지만, 

선이에게도 진이 마지막 가는 길..

인사하는 게 좋겠다고 연락했어요.

 

그리고 그간 연락을 끊고 산 그 아이에게도

연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이 마지막 가는 길

너도 인사하는 게 어떻겠냐...

그게 진이를 위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몇가지 안되는 일 중 하나같더라구요.

 

그렇게 우리는 10년만에

진이의 장례식장에서 다시 만났어요.

선이는 저의 손을 꼭 잡아주었지요.

그리고 그 아이와는 아는 척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나이가 꽤 먹어버린 우리.

그날은 그렇게 서로 모른척했지만,

그 아이는 그 뒤로 간간히 저에게 연락을 해와요. 

 

철없을 시절이었지만, 

제게 상처준 것에 대해 사과도 하구요.


오래 지난 일이지요..

 

그의 사과를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어요..

만약 누군가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면,

그가 아닌 진이에게

받아야 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


진이가 곁에 있을 때는

뭐든 좀 이해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

화낼 수 없었던 마음.


그리고 진이는 이제 이 땅에 없다는 사실.


이것들이 한데 엉겨 

스스로도 무슨 마음인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선이는 저에게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하라고 해요.

어떤 선택을 하든 친구로서

옆에서 든든하게 있어주겠다고 말했어요.

 

제가 지난 10년 전.

그 아이와 진이를 그대로 받아주지 않으면

너까지 잃을 것 같았다는 저의 고백에

선이는 울면서 말했어요.

 

내가 너에게 그렇게 믿음을 못 준 친구였니.

진이도 떠나가고 이젠 우리 둘 밖에 없다.

서로 의지하고 잘 지내야 한다..”

 

그 말이 100% 위로가 되는 건 아니었지만,

가슴이 먹먹하면서 따뜻해지는 말이었지요.

 

하지만...

전 아직도 제 마음을 잘 모르겠습니다.

언제 세상을 뜰지 모르는 친구라 생각하고

많은 것을 양보하고 참았는데,

막상 그 아이가 가고 나니,

생각지도 못하는 감정이 올라오네요..

 

평상시엔 잊고 살다가도..

이맘때쯤 되니 다시 생각이 나고..

그럴때마다 멍든 곳을 누르는 것같아요.. 


그래도.. 가슴 속에 묻어둔 이야기들.

이렇게 풀어놓으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 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은 자유롭게 표현은 배려있게

추천하면 재밌는 사연이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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