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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실격

2012.08.1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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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실격.

알고 있다.

구질구질하게 붙잡는 것은

내 가치만 떨어뜨린다는 것을.

그렇게 해서 잡힐 사람이었으면

질렸다는 말도 하지 않았겠지.

 

2주 만에 나를 지겨워 하게 만든 나는

여자 실격인가. 

 

밥도 먹지 않고

눈물만 줄줄 흘리며

제발 시간을 되돌려 달라,

제발 돌아와 달라고 혼자서 빌어본들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꿈이라는 것쯤

이미 깨우쳤다.

한 두 번 해본 연애던가.

그럼에도 마음이 너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다.

 

나는 그에게 내 꿈에 대해서도 말했다.

지금껏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그런 이야기를 무엇을 믿고 다 했을까.

왜 나는 마음을 전부 열어버렸을까.

왜 나는 바보처럼 몰랐을까.

 

오늘은 끈적하고 숨막히는 여름날이었다.

열흘 전 가진 잠자리 때문인지,

염증이 심해진 나는 산부인과에 다녀왔다.


짓무른 수포를 헤집어대는 아픔,

주사바늘이 피부를 찔러대는 통증,

가랑이를 벌리고 나도 보기 힘든 내 몸을

의사선생님과 간호사에게 보이는 수치심,

그 어떤 것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아픈 것은,

내가 이렇게 고통스러울 때

그가 나를 혼자 두었다는 것이다.

 

어젯밤 그의 전화를 기억했다.

걱정되니 보러 온다는 전화였다.

나는 퉁퉁 부은 내 얼굴을 보이기 싫었다.

오지 말라고다음에 보자고 했다.

 

내 마음속에서,

그는 나를 걱정해주던 평범한 남자친구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런데 오늘연락한다던 그가

전화기를 꺼두고 있었다.

연락이 되질 않았다.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그의 셔츠를 살까 하고

백화점을 둘러본 나는 정말 바보 천치가 아니었던가.

 

불안한 마음을 안고 그의 집으로 향했다.

그의 성격상 말도 없이 집으로 가는 것을

달가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정도는

생각 했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다른 여자와 있을꺼라는 생각

꿈에도 하지 못했다.

그저휴대전화가 고장이 났거나

그가 정말 몸이 안 좋아서

몸져 누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니 그것보다 솔직한 심정은,

그냥 보고 싶은 마음 그를 찾아간 것이었다.

 

일단 집으로 가 있으란다.

나중에 전화하겠단다.

몸도 마음도 너무 아파서

무너져내릴 것 같은 심정이었다.


양다리는 아니란다.

최근에 알게 된 여자인데

집 보러 온다고 해서 데려온거란다.


그 여자와 사귀는게 아니라면

일단 그 여자를 보내고 나와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그러나 그는 계속.

가 있으라고나중에 내가 사는 동네로 온다고 했다.

 

내가 사는 곳을 안 좋은 기억으로

점철시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 동네로는 오지마.”

 

그리고 그가 말했다.

나는 혼자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야.

전화 오래하는 것 귀찮아.

네 몸이 아픈 건 미안하지만

그때는 좋았는데 이제는 네가 질린다.

나중에 전화 할 테니 일단 가있어.”

 


나에겐 사람을 잘 판단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던 것일까.


아니면 2주만에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것일.

 

첫 단추가 잘못되었던 걸까?

난 분명 두근거리고 행복했다.

처음 3일간은.

그리고 급히 밤을 보냈다.

그런데 몸이 아프면서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은 너무나도 불행하다.

 

두렵다.

또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될까 봐 두렵다.


먼저 다가와놓고.

이렇게 되면 결국 몸이 목적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몸이 목적인 것나쁘지 않다.

여자로써 매력이 있었다는 것이라 위로해본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 나란 여자,

이젠 질리는 여자가 되었다.

난 매력이 없다.

귀찮은 여자가 되었다.

피하고 싶은 여자가 되었다.

 

그래 괜찮아,

영원한 사랑이 어디 있겠어.

차라리 빨리 헤어지는 것이 나을지도 몰라.’

 

그런데 말이지..

직장에서 계속 그를 봐야 한다는 것.

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와 말을 해야 한다는 것.

나를 더 미치게 한다.


안봐도 되는 사람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지낼 수 있을 텐데.

 

나를 시원하게 밀쳐내고

만신창이로 만든 그 사람을

매일 본다는 건 너무 가혹하다.

 

일주일 뒤에 성병 검사 결과가 나온다.

난 어쩌면 좋을까.

난 어떻게 해야 좋을까.


2012년에 지구가 멸망해도 후회가 없다고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

기쁘다고 생각한 병신 머저리 같은,

천치 같은 나를 어쩌면 좋을까.

억장이 무너지는데 울 힘도 없는

크다 만 어른이 되어버린 나를 어쩌면 좋을까.

 


그리고 3주만에 도착한 후기..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아는데.

언니한테 메일을 보내고 그다음날 전화가 왔다.

 

너한텐 미안하지만

너무 잘해주니까 부담스러웠어.”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왜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하세요?

왜 말을 놓으시나요?

그동안 우리가 무슨 일이 있었나요?”

라고 말했다.

 

그래.. 무슨말인지 알겠습니다..”

라 말하고 그가 전화를 끊었다.

 

세상에 정말 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고

나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산다.

그걸 다 알면서도

지금 내가 제일 아프고 힘이 들고 괴롭다.

 

성병검사 결과는

유레아플라즈마와 헤르페스 2.

 

유레아플라즈마는 치료가 되지만

헤르페스는 평생 바이러스가 몸 속에 남아

피곤하고 면역력이 약해지면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심한 두통과 몸이 저리고 근육이 아팠던

그 증상은 헤르페스란 놈 때문이었다.

 

유레아플라즈마는 모르겠지만

헤르페스는 이번 관계로 전염된 것 같다 했다.

감염되고 채 발병도 하기 전.

상처부터 보아오신 선생님의 말씀이다.

 

이번에 산부인과를 찾은 이유는 사실

오랜만에 가진 잠자리 중 생긴

생식기 상처때문이었는데,

상처가 낫지를 앉고 분비물이 너무 많이 나와

성병검사를 하게 된 것이었다.

 

남자친구에게도 비뇨기과가라고 하신다.

 

문자를 하나보냈다.

검사 결과가 이리 나왔으니

병원가보시라.”

 

바로 전화가 왔지만,

별 말도 못하고 병원가보란다 하고 끊었다.

 

하루하루 지옥같은 나날..

내 자신이 너무 더럽다는 생각..

 

이틀쯤 뒤 밤에 전화가 왔고,

자기도 이런 경험 처음이라며

미안해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제와서 사과한들

내 몸이 낫는 것도 아니지 않냐,

나는 이 병을 다른 누구에게도

옮기고 싶지 않다고 하고 울면서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이 사실을 어떻게 해야할까 망설이다가

결국 가족들에게 사실을 털어놨다.

평생 없어지지 않을 바이러스라니,

알려는 놓아야 할 것 같았고,

누구에게도 하지 못할 말이지만,

혼자 담고 있기엔 무거워서 덜고 싶었다.

 

친구들은 시집가서 애기낳고 사는데,

나는 가족에게 이런 얘기나 했다.

 

가족들은 따뜻했다.

혼자서 왜 끙끙거렸냐.

기나긴 인생에서 지금 힘든 것이 전부가 아니라.

얼마나 아팠냐.

위로해주었다.

 

정말 아프면 입원하는 사람도 있댄다.

걷기 불편할 정도로 통증도 심하고,

치료도 힘드니 그러기도 한댄다.

병원 함께 가자며,

면역에 좋은 뭐도 해주신단다.

 

죄책감에 더 울었다.

나는 못난 자식.

 

친구들에게도 위로 받았다.

지친 마음을 추스리는 힘을 받는다.

 

하지만 회사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아니다그는 실제로 아무렇지 않다.)

생활하는 그를 보면

알 수 없는 감정이 나를 짓누른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휴게실에 내가 혼자있어도

아무렇지 않게 들어와 물을 마시고커피를 탄다.

난 숨이 막혀 도망나오는데.

 

화장실 가려고 나서다 스칠때.

그는 매너있게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가식..

 

그렇게 울면서 전화를 끊고 나서 약 3주간.

그와 나는 표면적으로는

안친했던 회사 동료로 돌아왔지만

난 하루하루가 미칠 지경이다.

 

업무적인 이야기도 할 수가 없다.

그를 똑바로 볼 자신이 없다.

미웠다가 서운했다가

아마 나는 그를 평생 잊지 못하리라.

 

아쉬움이 가장 크다.

난 정말 사랑을 시작했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이별을 당했다.

2주간의 만남이었지만,

내 감정에 후회는 없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다른 남자사람한테 고백을 받았다.

공교롭게 그 다음날엔 옛남친에게

연락와 다시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우울함은 더욱 밀려온다.

나는 이 한달 남짓한 짧은 기간에

그네들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더러워졌다는 생각에 마음만 무겁다.

 

대화없이 끝난 이번 연애가

평생 앙금으로 남을 것 같다.

대화를 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붙들고 이야기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부질없음을 알면서도 묻고 싶다.

 

왜 그랬냐고.

꼭 내가 아플 때 그래야했냐고.

회사에서 날 보면 무슨 생각이 드냐고.

회사를 그만둘 생각은 없냐고.

 

구질구질 하겠지?

그런데 꼭 쿨해야만 하나?

없던 일로 하기엔 너무나 있던 일인데.

 

마음에도 헤르페스가 생겨버렸는지,

기운이 떨어질때마다 

수포가 올라오듯 때때로 쓰리게 아프다.

 

몸에도 마음에도

이런 병에 걸려버린 내가 너무 싫다.

 은 자유롭게 표현은 배려있게

추천하면 재밌는 사연이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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