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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소개팅] 영감님 영감님(2)완결

2012.08.1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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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바로가기 뿅!! → [황망한소개팅] 영감님 영감님(1)


"
제 안경 좀 벗겨보시라니까요
?"

 

그래서 저는..

손이 떨리는걸 겨우 참으며 그 분의 안경을...

 

아놔.. ㅜㅜㅜㅜ

 

버.. 벗.. 겨 드렸습니다



이어서...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벗기는 척하며

안경테로 안구를 콬! 찔러주고 싶은 마음이

조금아주 조금 들었지만요.. ☞☜


영감님이 저에게 질문을 했어요.

 

"그 안경 왜 부러진 줄 알아요?"

 

듣고 보니 안경테 한쪽이 부러져서

테이프로 감아놓았더라구요.

 

솔직한 심정으로는

 

안궁금해.

말하지마.

어쩌라고!!!!!!!!!!!!!!!!!

내가 새로 사줘?

새거 하나 사다주면 나 집에 갈 수 있는거니?”

 

라는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 올랐지만,

다시 한번 그의 얼굴 위로

부모님이하 관계자 여러분이 스쳤고,

[내 안에 부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아.. 왜요?" ㅜㅜ

라고 물어봐드렸습니다.

 

제 물음이 떨어지자마자

영감님은 이번엔 안경벗은 눈으로

미간을 찌뿌린 채 

저를 또 뚫어지게 쳐다보며..

 

ㅜㅜ

 

모 사건을 해결하는 도중

수사인지심문인지를 하던 와중에 있었다던 

거친 몸싸움

그 상황을 해결해나간 자신의 놀라운 능력에 대해

몹시 긴 시간을 할애 하였습니다.

 

그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사람인가보다.

.. 그게.. 나쁜 것은 아니니까..

후하후하 습습후후

 

정말 억지로 꾸역꾸역

비지니쓰적 미소를 잃지 않으며

자아아아알 참았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그리고 슬슬..

이쯤 함께했으면 난 도리를 다 했다!’

는 생각이 들었고어찌하면 이 소개팅을

스무드하게 마무리할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죠.

 

전 이미 그자리에서 많이

 

 

 

 

 

늙었다구요. ;;

 


여차저차 밥을 먹고 나오니

시간은 9시반쯤 되었고,

'피곤하다!!!!'는 표현을

이리저리 둘러 어필해 보았으나,

그 분은 "커피 한잔은 하시고 집에 가셔야죠!!"

저를 커피숍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리하여 커피숍으로 직행

 

 

 

 

하였으면 좋았겠으나, ㅜㅜ

 

커피숍으로 가던 중.

 

갑자기 영감님이 길 한복판에서

최소한 3개 사건의 관련서류가 들어있을

그 브리프케이스를 저한테 내미는 겁니다...?

 

뭐지?

설마 들어달라는거... 야..?

가방 무거워서?

서류가 좀 많긴 했지?

근데 이걸 왜 날 줘??’

 


혼돈의 카오스

 

가 제 머리를 헤집고 있던 찰나.

 

영감님은 다급한 목소리로.

목청껏 저에게.

그 사람많은 번화가 한복판에서.

외쳤습니다.

 

"저 화장실 좀 다녀오게

이 가방 들고 여기서 좀 기다리세요!!!!!"

 

 

..............ㅜㅜ


저는요..

정말.. 창피했어요.

정말정말.. 사람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제가 뭐라고 대답할 틈도 없이

그는 가방을 제게 주고

저 멀리 뛰어가버렸습니다.

ㅜㅜ

 

커피숍에 가면 화장실이 있잖아.....

ㅠㅠ

 

전 그렇게 길한복판에서

영감놈의 브리프케이스를 떠안고

엉거주춤 서서 멘탈을 수습해 보려 시도했지만,

영감놈의 마지막 외침을 함께 들은 이들의 

수많은 시선

여대생으로 보이는 얼라들의 

킥킥거림으로 그마저도 쉽지 않았습니다.

 


엉엉엉

나 조금만 울께요ㅜㅜ

 

 

그래도 어쩌겠어요.

가방을 들고 가버릴 수는 없잖아요.

버리고 갈 수도 없었으니까요..

심하게 어이가 없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참았습니다..


;;

 

그렇게 볼 일을 보고 온 영감님은

이 동네는 화장실이 왜 이렇게 찾기가 힘드냐

저에게 떠벌떠벌;; 불평을 하였고,

 

저는 그저 아하하하하하...

하고 지친 웃음을 날릴 뿐이었어요...

(그러니까 커피숍에 가면 있잖아ㅅㅂㄻ.......)

커피숍으로 향했습니다.

 

커피숍에 들어가 커피를 시키고

최소 30최대 1시간 이내에

내 기필코 자리를 뜨리라!!’

마음먹고

그냥 아는 오빠다-‘

생각하며 그 분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였습니다.


 세부분정도로 

그분 이야기의 주제를 나누어보자면,


[1영감일에 대한 자부심


[2정의사회구현에 대한 자신의 강한 의지


[3스스로가 얼마나 정의롭고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인지에 대한 웬갖 일화


로 구성되어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쩜 저렇게 스스로에 대해

할 말이 많을까 싶었지만,

차마 꺼져!”라고 말할 수는 없었으므로,

매우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을 뿜어주었습니다. 

 

작정했던 1시간은 훌쩍 넘었고,

그대로 늙어 죽을 수는 없어

슬슬 일어날 듯한 몸짓을 보내보았어요.

 

그 순간.

그의 질문.


쉬는 날은 뭐하세요?”

 

이제야 나에 대해 좀 묻고 싶은거니...?

 

전 사실 잡다한 취미가 많은 편이지만

그 중에서도 야구보는 것을 좋아해요.

서울에서 나고 자라긴 했지만,

부모님 영향으로 지방연고 구단의 팬이구요.

야구장도 자주 가고 중계경기도 잘 챙겨보고

 

제가 좋아하는 팀의 투수들

올시즌 방어율이 어떤지,

팀타율은 요즘 어떤지,

선발투수 로테이션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뭐 그 정도는 알고 보는 정도의 야구팬입니다.

 

전 야구보는거 좋아해요-“라고 얘기를

 

 

 

 

괜히 했어요ㅜㅜ

;;

 

그는 고깃덩이에 이를 박고

절대 놓치지 않는 한마리 맹견마냥

덥썩!!!!

그 화제에 이를 박아 넣었습니다.

 

ㅅㅂ..

취미같은거 없다 그럴껄..

ㅜㅜ

 

 

본인은 서울연고의 쌍둥이구단의 팬이라 했어요.

근데 요즘 쌍둥이구단 성적이 안좋아서 슬프다 했어요.

자기가 어릴 때부터 쌍둥이구단의 팬이었대요.

쌍둥이구단이 신바람야구를 하던 그 시절이 어땠는지

굴곡많은 쌍둥이의 역사를 저에게 

모조리전부다!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

서울사람이다보니 제 주변에 쌍둥이 팬들많구요.

그렇게 하나하나 안가르쳐 줘도

저도 야구팬이라 어지간한 건 알아요

 

 

는 둘째고설사 모른다쳐도

안궁금하다고. ㅜㅜ

 

그렇게 쌍둥이구단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자랑찬 긴 강의를 듣느라

정말 지칠대로 지친 저는

예의고 나발이고 더는 버틸 수 없었고,

 

"저 내일 아침 일찍 프레젠테이션이 있어서

조금 일찍(은 얼어죽을 벌써 11;;)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라고 말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어요.

ㅜㅜ

 

약속장소는 저희집 근처였어요.

제가 오란 거 아니에요.

본인이 이쪽으로 잡은 거에요.

 

저희집 쪽으로 걸어가다가

지하철역 입구 근처에서

잘 들어가시라.

오늘 반가웠다.”

요래 인사를 하며 보내려고 1차시도했으나

실패.

 

영감놈은 무슨 소리냐!!”

집앞까지 데려다 주겠다!!”했고,

 

저희집 길만 건너면 보이는

바로 저 아파트이니 걱정마시고 가시라.”

 

했지만부득부득 의지를 다시 보일 뿐.

더 말려도 어차피 들을 것 같지 않아

그러시라 했습니다.

 

저의 재정상태 추측을 위한 정보수집차

아파트에 대한 구체적 사항을 확인해 보고자 

했던 것은 아니였을까..

는 내가 오바인 거겠지요..

 

같이 횡단보도를 건넜지만,

아파트단지 안까지는 도저히 들이고 싶지 않아,

여기서 들어가시라감사하다.

연신 허리를 굽혔습니다. 

 

날씨 좋은 봄날의 밤.

번화가와 맞붙어있는 아파트단지 앞의 횡단보도.

그 곳은 인파로 넘치고 있었습니다.

정말정말정말 사람이 많았어요.

종로나 강남역의 버스정류장만큼 사람이 많았어요.

 

데려다 주어서 고맙다고 허리를 굽신거리는 저에게

영감은 난데없이

하이파이브!하는 동작으로 오른손을 들어올렸고,

큰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파이팅!!!!"



그거슨 회식자리 거나하게 취한 팀원들이

맥주잔을 들어올리며

영업2팀 파이팅!!”할 때와 비슷한 크기였다구요. 


 

ㅜㅜ

ㅜㅜㅜㅜ

ㅜㅜㅜㅜㅜㅜ

ㅜㅜㅜㅜㅜㅜㅜㅜ

 

 

...

거기 우리 집앞이거든요.. ㅜㅜ

영감놈은 또 올 일없어도

난 맨날맨날 그 길 지나 출근하고 퇴근하거든요.

 

ㅜㅜ

 

미칠 듯이 쪽팔렸지만,

그래도 그 분이 뻗은 그 손.

내가 좋아하는 팀을

선뜻 파이팅해주는 그 마음(?????)

무안하게 해드릴 수 없어

 

그 하이파이브한 손에

! 하고 손을 맞추며

함께 외친 것이..





접니다. ㅜㅜ 

 


"에.. 엘지 트윈스 

파이팅!!!!!"

 


그제서야 영감놈은 흡족한 미소를 저에게 날리며

길을 다시 건너갔습니다.

 

술을 마신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

정장차림의 두 남녀가 평일밤

인파가 우글대는 횡단보도앞에 서서

난데없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야구팀 파이팅!!!을 외치는 이런 일

이 제 인생에 일어날 줄

짐작하지 못하고 살던 저의 멘탈은..


그렇게 한줌 재가 되어 봄바람을 타고

어디로 갔을까요.. ㅡㅡ


저는 심신이 너덜너덜해진 채로

귀가했고 그 뒤로 그 분에게서

연락을 받지 못했지만,

애프터를 받지 못해 앙심을 품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심

연락이 오면 어떡하지?’

라는 공포감에 휩쌓여 보낸 며칠을 보내고

연락이 오지 않음에

매우 많이 무척 감사하고 있었는데,

 

사짜 사위를 볼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계시던 어머니께서

저를 족치시다가 ㅋㅋㅋㅋㅋ

제가 너무 반응이 없자,

주선자 언니에게

그 남자가 얠본 소감이 어땠는지 물어봐달라.”

고 재촉을 하셨나봅니다.

 

언니를 통해 돌아온 그 분의 답변은

"여자애가 부잣집 딸이라서 버릇없고

자기를 무시하는 듯해서 싫었다."

였다고 합니다.

 

나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ㅜㅜ

 

저 난생 처음보는 [사건기록]이라던

서류뭉치 받아들고 얘기 열심히 들었구요.

초면인 분 안경도 직접 벗겨드렸어요ㅜㅜ

길 한복판에서 화장실 가야한대서

가방도 들고 기다렸는데.. ㅜㅜ

위대한 영감의 활약상에 귀기울였고, 

쌍둥이 구단의 역사도 열심히 들었고,

우리 집앞에서 롯데 파이팅!”해서

정말정말정말 큰맘먹고 같이

엘지 파이팅!”도 해주었는데.. ㅜㅜ

 

버릇없고 사람무시하는 여자로 만들다니ㅜㅜ


뭘!!

뭘!!!

!!!! 

뭘 더 어떻게 했어야 하는 겁니까!


나는 증말 할만큼 해서 떳떳합니다.

 

사실 영감놈에 대한 일은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요.

감친연에서 이런저런 망개팅 사연들을 읽다가

불현듯 그분의 얼굴이 떠올라

이렇게 사연 보내봅니다ㅋㅋㅋ

 

저희 어머니는 아직도 가끔

영감놈에 대한 미련을 드러내어

제 속을 뒤집어 놓으시지만

이제는 저도 그냥

"에이.. 남자가 나 싫다는데~~"

웃어넘길 수 있는 그런 나이가 된 것 같네요.

 

아하하 아하하 아하하하하하하

 

끗이요!!


은 자유롭게 표현은 배려있게

추천하면 재밌는 사연이 풍성 

건의문의는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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