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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응답없는 1997(1)

2012.09.1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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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홀님. 이제 30대 중반에 들어서 가고 있는 건장한 사내입니다아침에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옆에 있는 분이 계속 웃고 계시길래 눈으로 힐끔 보다가그날 당장 어플을 다운 받아서 역주행을 마친이제는 자칭 홍보대사인 그냥 어떤 회사원입니다요새 유행하고 있는 [응답하라 1997]을 보면서 저와 너무 비슷하지만 어쩜 너무 다른 이야기라 사연을 올려봅니다.

 

저와 그 아이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습니다. 

그 아이의 엄마와 저희 엄마가 중학교 동창이시고요..

할머니들끼리도 예전부터 같은 동네에 사시던.

그러니까.. 가족끼리 친분이 두터운 집안들입니다..

 

저에게는 누나,

그 아이에게는 남동생이 있어서..


그 아이는 제 누나와도 너무 친하구요.

그 아이의 남동생도 저를 형처럼 따랐습니다. 

 

그 아이를 엄친딸이라고 하겠습니다.

진짜로 엄마 친구 딸이니까요..

 

어렸을 때부터 한 동네에서

술래잡기얼음땡을 함께 하며 자랐구요.

 

나중에 학교 들어가서는 

학원도 같이 다녔습니다.

 

어렸을 때는 

남자애들이랑 여자애들이랑

내외하고 티격태격 했었던 것 같은데,

저와 그 아이는 그런 것도 없이

정말 사이좋게 잘 지냈습니다.

 

국민학교 때는 같이 등하교를 했고,

우리 둘이 함께 있지 않을 때도

그 아이 아버지께서 길에서 저를 보시면

저를 태워 주시거나

아님 저희 아버지도 그 아이를 태워주시기도 하면서

정말 이웃사촌이자 제일 친한 친구로 지냈어요.

 

그리고 그 아이는.. 제 첫사랑?

아니 뭐랄까..

사랑이 뭔지는 짐작조차 못할 나이였지만,

처음으로 좋아한 여자아이였습니다.

 

저는 그 아이말고는

친한 여자아이가 없었고,

그냥 좋았다고나 할까요..

 

어렸지만 초등학교 3학년때

누나방에서 책을 읽고 있던 그 아이한테

뽀뽀한 이후로 더 좋아졌던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 서로 집을 비우실 때

저희를 한 집에 맡겨놓곤 하셨거든요.

 

어렸었지만그 아이 옆에 있으면

내가 좀 더 남자가 된 기분이었던 것 같아요.

 

삐삐머리를 잡아 당기면서 장난도 치고,

좋으면 뽀뽀도 하고.. 그렇게 지냈습니다.

 

그 아이도 제가 싫진 않았던 거 같아요...

막 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제가 뽀뽀해달라고 하면

눈을 질끈감고 뽀뽀해주곤 했으니까요..

 

이것이 약 25년전쯤..

우리가 10살무렵의 얘기입니다ㅎㅎ

중학교는 다른 학교를 가게 되었지만,

계속 같은 학원을 다니면서..

그 아이를 종종 학원에서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많이 어색해지고..

같이 있어도 할 말이 없곤 했어요..

사춘기였던가 봅니다.

 

엄친딸은 공부를 잘 했어요.

학원에서도 가장 공부 잘 하는 반이였고..

(특목고반인가 그랬던 거 같아요.)

 

저는 그냥..

공부를 썩 잘하는 편이 아니라 그냥저냥..


저희는 점점 멀어졌습니다.

학원 복도에서 만나도 그냥 인사만..

 

그 기간 즈음,

그 아이네 집 사업이 잘되기 시작했고,

저희 아버지가 하시던 일은 IMF 직전.

기울기 시작 하면서 이사를 가게 되었고,

(그전에는 옆에서 살았는데..)

그러는 동안 부모님 사이들도 

점점 소원해지셨던 모양입니다.

 

예전처럼 자주는 만나시지는 않고,

저희도 오다가다 마주치는 것 말고는

그냥 일년에 한두번정도

저녁 먹는데서 보는 정도였어요

 

그리고 저희가 고등학교 들어갈 때쯤,

그 아이네 가족이랑 함께 식사 하는 데서

그 아이가 곧 유학 간다 그러더라고요..

 

그때 전 별 아무런 감흥도 없었고

그냥 그러려니...

 

첫사랑?

이런 아련한 느낌은 없었어요.

그리고 저 살기 바빠졌고,

정말 생각을 아예 안하면서 살게 되었습니다. 


부모님들끼리는 연락 하시는 것 같았는데

저와 그 아이는 따로 연락을 하고 있진 않았죠.

 

이게 고등학교때쯤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공부를 잘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괜찮은 외모 덕에

여기 저기서 캐스팅 같은 것을 제법 받았고,

그게 뭔지도 모르고

그땐 그거 하겠다고

고등학교때 자퇴를 하고.

유명 기획사에 들어가서 가수 연습생이 되었습니다.

이때가 정말로 1997년도쯤 되겠네요..

 

하지만 연예계 데뷔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끈기도 재능도 있어야 하는데,

저에게는 노래와 춤은 잘 맞지 않아서

그만두게 되었죠.

 

그 뒤로 모델로 좀 활동하고 있을 때,

그 여자아이가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엄마가 오랜만이라고 식사를 같이 한다고 했는데

그때는 제가 너무 바쁠 때라,

저만 빼고 저희 가족과 그 아이네 가족이

만나서 식사를 했었지요.

 

그리고 밤 늦게 집에 들어 왔는데..

누나 방에서 그 아이랑 누나가 

오늘 같이 잘꺼라고 했고 

그 아이가 우리집에 와 있더라고요..

 

 

스무살 무렵 어린 마음에 솔직히

오랜만에 본 그 아이의 모습에

실망했다고 할까요.

 

단발머리에 안경을 쓴 모범생의 모습.

오랜만에 한국왔다고 신경쓴 건지,

어울리지도 않는 머리염색.

 

제가 그때 하고 있던 일이 모델이라..

예쁜 아이들만 봐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별 감흥 없이 꿉뻑 인사만 하고

저는 제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제 방에 들어 왔는데

그 아이의 남동생이 제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더라고요..

 

걔 남동생이랑도 저랑 엄청 친해서

저는 밤 늦게 그 남동생을 데리고

밖에 나가서 술을 사주며

아는 여자아이들을 불러서 놀고 그랬죠.

 

그리고 그 아이는 다시 외국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10년쯤후..

 

 

저희는 30가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의 20

제일 철이 없었지만

가장 반짝이던 시절이 아니였나 싶네요.

 

30대가 되면 남녀할 것 없이 현실적이되더군요.

 

이제 나도 여자친구가 아닌

"아내"가 될 사람을 찾고,

예쁜 사람보다는 현명한 사람을 찾고 있었고, 


그건 여자들의 기준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변변한 직장도 없고,

허우대만 멀쩡한,

그렇다고 탑모델도 아니였던 저..

번번히 까였습니다.

 

그 많고 많았던, 20대에 알고 지내던 여자

다 어디에 있는건지..

여자친구 있을 때에도 소개팅이 들어오던 것

내 얘기가 맞는지.. 

 

이제는 친구들한테 소개팅을 시켜 달라 그러면,

결혼자금이나 우선 모으라는 소리나 듣는..

 

그렇게 흘려보낸 어린 시절을 후회하면서

직장을 알아보는 것이 저의 30였습니다.

 

어느날 부모님께서 또

그 아이가 오랜만에 한국을 들어왔다

는 말씀을 하셨고,

저는 백수인지라 뭐 핑계를 댈 것도 없어

그 자리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는 그날,

일이 좀 늦게 끝난다고 하여

밖에서 가족들 식사가 끝나고,

저희집에서 부모님들이 술을 드실 때 늦게

집으로 찾아왔지요. 

 

저희 부모님께서도 그 아이를

오랜만이라 보고 싶어하셨고,

(싹싹하고 착하다고 예뻐하셨어요.)

 

그리고 그 아이 부모님이 술을 드시고 계시니

인사도 드리고 겸사겸사 모시러 온 것 이었습니다.

 

저는 그 아이를 그렇게

거의 10년만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색한 인사..

 

그 아이는

외국의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프리랜서로 일하러 들어 왔다고 해요..

무슨 전문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식사 중에 그 댁 부모님이

술 좀 드시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시기로는

돈도 엄청 잘 번다고 했습니다.

 

아무튼그때 봤는데,

예쁘더라고요..

머리도 기르고 살도 많이 빠지고..

10년전에 봤을 때와는 다르게 성숙한 느낌.

 

저희 부모님이랑 조근조근 이야기 할 때,

저는 뭐랄까 설레이는 느낌을 들키기 싫어서

뻘쭘하기도 하고 하여

제 방에 들어와 버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서

그 아이가 들어 오더라고요..

 

피곤한데 잠깐 누워 있으면 안되겠냐.

이때는 누나가 시집을 간 후고,

누나방이 없어져서 

누워있을 만한 침대가 있는 방이

부모님 안방과 제 방밖에 없었거든요..

 

거실에서는 부모님들끼리 

기분 좋게 취해 계셨고,

술자리가 파하면 모시고 가려는 거였는데,

퇴근하고 온 거라 너무 힘들다고 들어온 거였어요.

 

그래서 그 아이는 제 침대에 누웠습니다.

 

두근거리더라고요..

 

제 눈은 컴퓨터를 보고 있는데

계속 신경은 그 아이가 누워 있는 침대로..

 

곧 부모님들께서 집 앞에 노래방에 가신다

나가셨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지내 와서 그런지,

아님 정말 취하셔서 그랬던건지..

그 아이와 제가 방에 있는데 

별 신경들을 안쓰시더라고요..

 


텅 빈 집안.

그 아이와 저 둘뿐.

 

정말 침 넘어가는 소리 밖에 안 들리더라고요..

 

그때 그 아이가 물었습니다.

 

".. 그거 알아?

네가 내 첫 뽀뽀상대다ㅋㅋㅋ"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심장소리만 쿵. 쿵.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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