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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일 혹은 연애

2012.09.2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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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서로의 망한 연애사를 공유했던 친구의 제보로 블로그를 알게 되어 탐독하고 있는 애독자입니다([황망한연애담] 아이 혹은 이별 바로가기 뿅!) 을 보고 저의 이야기를 댓글로 달까하다가 결국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황망한연애담] 아이 혹은 이별

을 댓글까지 유심히 읽어보았습니다.


여러분들의 댓글은 육아 과정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더라구요.

그것도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개인의 삶'과 

그 삶 속에서 누려야 할 '행복'이 아닐까 하여

피곤한 몸을 이끌고 글을 적어 봅니다.

 

먼저 제 소개가 필요하겠네요..

저는 낼모레 마흔인 완전 과년한 여인네입니다.

남들 보기엔 뽀대나고 멋있어 보인다고 하지만,

참으로 고단하고 도 안나고, 

그에 비해서는 도 별로 안되는

전문직에서 종사하고 있어요.

 

물론 저는 제 일에 대해서,

사회적 영향력이나 역할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가졌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서 스스로의 힘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된 것도 무척 자랑스럽고요.

무엇보다도 제 일을 정말 좋아하고 즐깁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하지만다행스럽게도 저는

일찌감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일을 하는 여성의 입장에서의

'나이'는 조금 다르게 흘러간다고 생각합니다.

(공부가 업인 분들의 사이클은

조금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20대 중반을 일을 익히면서 보내고,

20대 후반이 되면 벌써

자신의 일에서 꽤 많은 책임을 지게 됩니다.

당연히 일에 있어서

좋은 기회도 많이 찾아옵니다.

책임지고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되었기 때문이죠.

 

이 무렵.

일이 적성에 잘 맞고,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욕심이 납니다.


이즈음에는 남자친구가 있어도

아직 결혼을 할 상황(마음적일적)이 아닌 경우가 많고,


남자친구가 없다면

일에 매진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아직 이쁠 때니까 기회는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회가 

계속 많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일에 미쳐 있을 때는

누군가를 만나고알아가고신경쓰는 것 자체가

다 귀찮게 느껴집니다.

저도 그랬고,

제 주변에 일 잘 하고열심히 하고,

지금도 물론 맹렬히 하고 있는 여자들

많이들 그러고 살지요.

 

모처럼 느낌이 좋았던

소개팅남의 연락을 기다리다가도

한참 바쁠 때 연락이 오면,

대충 받거나 메시지 온 걸 보더라도

금세 잊어버리고 맙니다.

약속잊어버립니다.

수첩마다 달력마다 적어놓고

핸드폰 알람까지 해놓아도 잊어버립니다.

 

그 사람이 많이 좋다한들,

일과 연애의 우선순위를 뒤바꿀 정도

(소개팅에서 서로가 첫눈에 반하지 않는 이상)

가 아니면 저런 일이 왕왕 일어나는 겁니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연애가 망했겠습니까ㅜㅜ

 

여자나이 서른 전후

커리어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기죠.

20대 때는 그래도 의지할 선배가 있지만,

서른이 넘으면 자기 영역이 커지는 만큼

선배도 어느새 경쟁자가 되니까요.

 

졸업 후 7-8년 동안

숱한 연애를 망해가면서까지

이만큼 일로 이루고 나면,

이제 일이 지겨워질까요?

 




..




지겨워집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욕심도 더 납니다.

내가 여기까지 오느라고 

얼마나 힘들었고,

많은 것을 포기했고

서러웠고노력했는데!!’

라는 생각도 당연히 듭니다.

 

저는 제 분야에서

비교적 빨리 자리를 잡은 편입니다.

처음부터 좋아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미친듯이' 열심히 일한 결과겠지요.

 

저는 일을 시작하고 나서 3년 동안

극장에 한 번도 가지 않았어요.

친구도 당연히 만나지 않았고,

다행히 연애는 하고 있었지만,

남자친구와도 극장에 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만족스러울 만큼 일을 해내려면

극장까지 나갈 시간이 없었어요.


어쩌면 당시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어서

연애도 유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서른 무렵의 저는,

결혼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한 몸 챙기기도 힘들다..’ 는 생각도 들었고,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

내 일을 희생할 자신도 없었어요.

 

결혼했으면 정말 참 잘 했을,

좋은 남자분들을

많이 보내 드렸었습니다.


그 분들은 모두 참 빨리도 결혼을 하시더군요.

좋은 여자 잘 만나서요.

 

뭐 그래도 괜찮았어요.

전 제 일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었고,

어떤 일을 맡겨도 자신 있었으니까.

 

남자친구가 없을 땐 혼자인 것도 괜찮았어요. 

영화나 공연은 물론이고,

1인분 시키면 미워하는 고깃집 빼고는

다 혼자가서 먹을 수 있었어요.

혼자라서 불편한 건 별로 없더라구요. 

오히려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걸 원하는 때에 할 수 있으니까

만나는 사람이 없는 상태가 더 편하기도 했고요 

 

적당한 썸남과 썸씽으로 심심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일에 매진하고 있던 저는

그렇게 삼십대 중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인생의 터닝포인트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땐 정말 일이 폭주해서

거의 1년동안을 쉴새 없이 달리는 중이었어요.

정말 죽을 것 같았는데도

하고 있던 프로젝트를 중단하지 못하겠더라구요.

같이 진행하던 사람 몇이

예상치 못하게 빠지게 되어

그 공백까지 다 채워야 했습니다.

 

몸이 축나는 게 느껴졌지만,

검사를 제대로 받아볼 시간도 없었어요. 

아니그땐 내 몸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일이 잘못 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10는 더 컸었지요.

 

동네 병원에서 처방받은 

으로 간신히 연명하면서

잠도 거의 못자는 상태로 일만 달렸습니다.

 

처음엔 가벼운 소화불량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엔 힘이 없어서

버스 계단을 오르지 못할 정도가 되었지요.

그래도 저는 일을 하러 갔어요.

마지막 2개월은 정신력으로 버틴거죠.

 

결국 진행하던 프로젝트 두 개를 모두

끝내고서야 저는 병원에 갔습니다.

골병이 든 몸은 3개월을 입원했고,

약물치료를 해보다가 결국 수술을 해야 했죠.

수술하기 전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매일 밤마다 내일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이 고통을 느껴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종일 멍하게 앉아,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일

나에게 남겨준 것이 

이 병든 몸뚱아리 뿐인가

하고 사무쳤습니다.

지난 십여년의 나를 모조리 부정하는 시간이었어요.

 

나 정말 등신같이 살았구나..

이렇게 계속 살아서 뭐 할래..’ 

 

수술을 마치고 몸은 다시 건강해졌지만,

그리고 극심한 우울감에서는 벗어났지만,

인생 전체를 다시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혼자서 잘 사는 인생만으로

나는 정말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인가.

 


그리고 저는아니다 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내 가정을 이루고,

그 사람과 나를 닮은 아이도 낳고 싶다.

 

가장 중요한 건

'나의 인생' '나의 행복'이었어요.

십년 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죠.

저는 완전히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적극적으로 열심히

내 인생의 동반자를 찾아보리라!!!


그런데 막상 삼십대 후반에

이 결혼 시장이란 곳에 나와보니..

이미 그때는..  이것이 마음먹는다고

쉽게 되는 것이 아닌 것이 되어있더군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함께 건강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좋은 분들은 애저녁에 다 장가가셨고,

과년 싱글인 좋은 분들은 어디 꼭꼭 숨어계시고 

(그런 분들은 대부분 저처럼 일만 하면서 보내셨기 때문에 

사무실이나 집에 계실 확률이 높은 것 같아요. -0-)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많은 스펙터클을 겪고도,

여전히 일을 놓지 않고 있는 과년 싱글녀인 저는

결혼을 생각하는 분들에겐 정말 별로인거죠.

 

밤은 안새시죠?”

라고 물어보는 남자분들..

10년전의 저를 들킨 것 같아서

복잡한 마음으로 애매하게 웃을 수 밖에요..

 

물론 저는 아픈 후로..

예전처럼 일하진 않아요.

강도 10에서 강도 5-6정도로 노동강도를 낮췄어요.

일의 양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되었고,

거절할 수 있는 일은 거절하고,

여유도 많이 생겼죠. 

 

이거.. 쓰다보니까

너무 제 얘기가 많아졌네요..

이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꼭 제가 설득하려는 것 같이

보일 수도 있겠네요.

저는 절대로 설득하려는 건 아니에요.

 

다만 좀 더 길게 보시라는 말씀은

꼭 드리고 싶었어요.


왜냐면..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저는 이제,

혼자서도 부족함없이 행복하다

그 숱한 성공신화는 믿지 않아요. 

외롭지 않다는 말도 믿지 않아요.

(결혼해도 외롭다는 말은 반사합니다. -_-+)

 

언제까지나 서른이 아니고,

언제까지나 일에서만 보람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몰라요.


좋은 남자를 언제나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물론 지난 연애는 모두

'인연이 아니었다.'로 수렴되긴 하지만요.

 

아무튼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걸 요약하면

이렇게 될 것 같습니다..

 

인생관(=내 마음)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어요.

충분히 길게 보세요.

물론 일은 항상 중요하지만,

그 일이 언제까지나

성취성취고지고지로 이어지는 건 아닐거에요.

 

어느 정도 이룬 후에,

그 후의 인생은 어떻게 하고 싶으신 건가요.


지금은 눈 앞에 이뤄야 할 것이 보이니까

당장은 그것만 보이겠지만,

2, 3, 5년 후가 아닌,

더 멀리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때 이룬 내 업적이나 명예지위성공..

그런 것 말고..

그때의 내 일상의 삶을 생각해 보세요.

 

아침에 눈을 뜨고밥을 먹고,

이따금 감기에도 걸릴 테죠.

생일을 맞이하고,

크리스마스와 새해와 명절을 보내는 나..

 

지금 어떤 결정을 하시더라도,

혹은 결정을 후회를 하거나,

마음이 바뀌어서 또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그 어떤 선택도 

당신의 선택이 당신을 위해 가장 좋고,

옳은 방향일 것이라고 지지합니다.

 

바뀌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까요.

바뀌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거지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

조금 더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인가봐요.

후회하지는 않지만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는 저의 삼십대 입니다.

 

그리고

나에게도 이런 이야기 해주는

언니가 있었더라면...’

이란 생각을 오늘은 제가 실천해 봅니다.


누구보다 일을 사랑하고열심히 달려와

이제는 마흔의 문앞에 선 부족한 저의 경험이,

과거의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자매님들에게 조금이나마

고려해볼만한 이야기로 쓰일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모두의 행운을 빌어요!

 은 자유롭게 표현은 배려있게

추천하면 재밌는 사연이 풍성 

건의문의는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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