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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짧] 가지 않은 길

2012.10.16 12:24

언니저는 곧 서른의 꿈 많은 처자입니다언니는 저를 모르시지만 저는 그냥 언니라는 말이 입에 착!! 붙네요연애의 괴로움의 깊은 골짜기에서 헤매일 때 언니의 블로그는 저의 힐링캠프였습니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떠올리며

미친듯이 고민하다가 여러 인생선배님들께

한번 여쭤보고 싶어져서요.

 

지금 두 명의 남자 중 한 명

이제는 더 미룰 수 없이 결정을 해야 하는데,

진짜 잘 모르겠어요.

 

뭐 하나 잘 맞지 않지만 끌리는 A인지,

모든 게 잘 맞는데 안끌리는 B인지.

 

만난지 두달쯤 된 A군은

관심사나 취미라이프스타일 등등이

저와 너무너무 다릅니다.

그리고 집안이나 학벌직업이

저보다 아주 많이 좋지 않아서,

이 사람 계속 만나고 있다니까

어제는 엄마가 심지어 우셨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면 

즐겁고 재밌고 계속 같이 있고 싶어요.

 

이 사람은 제가 그냥 너무 좋대요.

자기 운명이라고.

저랑 결혼하는 게 목표고.

모든 걸 다 맞춰주고 싶다고 얘기해요.

제가 원하는 대로 잘 되도록

옆에서 지켜주고 도와주고 싶다고.

 

이렇게 사랑을 쏟아부어 주는 것에 끌렸나봐요.

 

그렇지만 사실 같이 있다보면,

돈 쓰는 문제에 굉장히 민감해지고,

제가 원하는 취미를 같이 즐기자고 하기는

(아직 그 취미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 돈을 쓰라고 하기가...)

미안하고 부담스러워서

함께 무엇을 하기에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상황이 좀 갑갑해져와요.

 

자격지심도 심한 것 같아요.

저랑 만나고 있으면

자기가 계속 부족하게 느껴져서 힘들대요.


이 사람은 항상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하고,

저는 지금도 충분히 괜찮다고 말하죠.


이 사람과 있으면 지금은 즐겁고 좋은데,

이상하게도 결혼과 그 이후의 그림이 

전혀 떠오르지를 않아요.

 

쉽게 말하면 매력적이지만,

조건이나 상황이 많이 다른 것이지요.

 


그리고 다가오는 B이 있는데요.

 

이 사람은 완전 반대입니다.

저랑 취미와 라이프스타일

그렇게 잘 맞을 수가 없어요.

학교도 같고 직업이나 집안도 비슷하고,

저희 집에서 반대도 없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안끌려요.


처음엔 외모가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런건가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몇번 만나다보니

외모가 문제는 아니더라구요.

이상한 건...

만나면 대화도 잘 통하는데,

헤어지고 집에 오면,

당췌 무슨 얘길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는거에요.


공허한 대화를 한 느낌??

인상에 남는 것이 없어요.

 

이 사람은 제가 가치관이 비슷하고 취미도 같으니까

저와 같이 살면 참 잘 맞을 것 같대요.

저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 사람과는 만나서 가는 곳마다 좋고,

보는 것마다 제 맘에 쏙 들어요.


그런데 한편으론

'이렇게 좋은 것들을 같이 해도

맘이 없으니 참 무의미하구나.' 싶기도 해요.


이 사람을 계속 만나면 좋아질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아직 거절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미 결정의 시기가 무르익다 못해

늦은 감마저 들어요.

결혼을 당장 할 것은 아니지만,

염두는 하고 선택해야겠지요..

 

꼭 저 중에 답이 없다고 해도,

여러분들의 조언을 통해

어떤 사람과 인생을 함께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싶기도 하구요.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명시 감상의 시간

 가지 않은 길

프로스트(Robert Lee Frost, 1876-1963)

피천득 옮김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면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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