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중 고민]

현명한 선택

2017년 7월 28일 10:53:22 오후
ijij
언젠가는 여기에 글을 남겨야지 해왔는데 오늘에야 글을 남기네요.

결혼한지 2년 조금넘은 유부남이고요,
너무나도 사랑스런 지금 제 아내를 하마터면 못만날뻔 했던 사연을 이야기 하려구요.


친한 녀석들이 하나둘 유부남이 되어가고,
전 연애를 쉬는 듯 안쉬는듯 몇몇 여자들을 스쳐지나가듯 만나다가
여자친구가 없으면 소개팅으로 하며 주말을 보내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다가 친구의 소개로 만난 아가씨와 관계확인 절차를 걸쳐 공식 연인이 되었는데
초반부터 얜좀 아니다 싶었죠.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와 근자감이 아주 대단했어요.

본인은 무려 E대를 나와 친척들중 학벌이 매우 좋은 편이며(그래서 시샘을 받고 있으며),
비서를 E대 출신위주로 채용하는 국내 굴지 로펌의 현직비서이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러는데 우리 초봉은 대기업급이며 결혼하고 계속 다니기도 좋다.
의사,변호사 급은 만나기 좀 어려워도 당신정도의 전문직은 우리회사 여자들 많이 소개 받는다.

뭐 이런 것들은 수도 없이 이야기했고
'(국내 대형항공사인)OOOO 승무원에 지원해서 서류통과까지했다'라는 것도
정말 갑자기 뜬금없이 이야기하더라구요.
물어본적도 없는데....
서류사진이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실물보면 솔까 면접 광탈인데...승무원은 아무나 하나...

정식교재한지 한달정도 밖에 안되었는데,
그동안 제가 들은 본인에 대한 이야기의 대부분은 저런것들 이었어요

'내가 지금껏 만난 애들중에 너보다 학벌안되는 애들 손에 꼽아.
너보다 인물 떨어지는 애들도 없었어.'라고 해줄 수도 없고;;;
심지어 MT에 첨 갔을때 몸을 보니 너무 비루해서 하기가 싫을 정도였어요;;;;
그런부분들이 그동안 EX들과 참 비교되는 상황인데 본인만 그걸 모르니 더 갑갑했죠.

이건 진짜 아니다 싶은 생각이 초반부터 강하게 들었죠.
내가 이런애들까지 만나야 하는 자괴감마저 들더라구요...

그러던중 어느 후배녀석이 제가 솔로인줄 알고 소개팅을 제안했고,
만나는 여자가 있어 안된다고 하니까

'아 형 왜그래..만난지 얼마되지도 않았다며..걍 한번 만나봐.
승무원이래ㅋ 내가 결혼만 안했어도 내가 소개팅 하고 싶다 ㅋㅋ'
하더라구요.

걔가 서류를 통과했다던(=면접에서 광탈했던) OOOO의 현직 승무원이라고 하더라구요.
일단 수락을 하고 소개팅을 진짜로 할지말지 고민을 했죠.
근데 갈수록 근자감에 쩔어 개드립이 많아지고 슬슬 갑질까지 하려드는 등 별의별 꼴을 다 보다가 함 질러줬죠.

왜 그런거 있잖아요...쓸데 없는 감정싸움으로 기선제압하려는 하수같은 수작이요.
져주면 끝도없이 짜증나게 굴거 같아 바로 제압하니 질질짜고 난리치며 그러지 말자고 하더니, 역시 지버릇 개 못주더라구요.

결국 얜 아니다 싶어 새로운 소개팅녀와 약속부터 잡았죠.
그 이후로도 싸움과 의미없는 감정소비가 계속되어 냉랭한 날을 며칠보내다가
소개팅녀 만나기전 2,3일 정도는 서로 영혼없는 생사확인 카톡만 했어요.

소개팅전날까지 고민하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어 깔끔하게 전화번호, 카톡 모두 삭제&차단하고 소개팅녀를 만나러 갔습니다.

약속장소에 도착해서 그녀를 찾는건 어렵지 않았어요.
역시 승무원이라 그런지 키도 늘씬하고 엄청난 아우라를 뿜더라구요.
빛이 난다는 말이 어떤걸 말하는지 그날 알았어요.

그 아우라에 밀려 처음엔 조금 긴장했지만 조금 이야기를 하다보니
서로 가치관이나 사람을 대하는 스타일이 매우 비슷하다는걸 느꼈어요.
그렇게 처음부터 대화가 잘 통했던 그녀에게 빠져들 수 밖에 없었죠.

저는 그날 이후로 진심을 표현했고 그녀도 싫어하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소개팅을 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어느날,
저는 그녀와 손을 잡고 예식장을 나와 함께 신혼여행지로 떠났죠.


지금도 가끔 마음이 섬뜩해집니다.
그때 어줍짢은 의리(?) 지킨다고 후배의 소개팅 제안을 거절했으면
전 지금의 사랑스런 아내를 만나지 못했을테니까요.
적잖은 시간 고민하긴 했지만 그때 정말 현명한 선택을 한 덕분에
너무나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으니까요.

내가 평생 아껴주고 지켜주고 싶은 여자,
내가 자신을 지겨주리라 믿어주는 여자와 함께 하는건 정말 행복한 일이잖아요^^


짧게 쓰려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졌고 마무리 하기도 힘드네요.

어쨋거나 전 현명한 선택을 한덕에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구요,
언젠가는 사연으로 제보하려했는데 제보시스템도 사라지고 사이트도 다 망해가는 이제야 두서없이 셀프로 사연을 올리네요ㅋ

모두모두 현명한 선택하시어 행복한 결혼생활 하시길 바래요!

-Potato K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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